오징어게임 시즌3를 다 보고 나서 멍한 상태로 생각을 정리해봤다. 처음엔 이 전개가 너무 막장 같고 캐릭터 소모도 심하다고 느꼈지만, 곱씹다 보니 감독이 의도한 메시지가 분명히 보이긴 하더라. 물론 그 방식이 최선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다는 느낌이었다. ‘이게 진짜 사회 비판이라면… 너무 절망적인데?’ 싶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 아주 작은 희망을 심어놓은 점은 인상 깊었다.
왜 그렇게 잔인하고 불편한 장면들이 반복됐을까?
용식이 엄마한테 죽고, 명기나 민수 같은 캐릭터들이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전개는 처음엔 그냥 충격용 자극인가 싶었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건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구조가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였던 것 같다. 게임이라는 폐쇄된 구조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고 배신하게 되는 과정은, 현실 사회에서도 우리가 익숙하게 겪는 ‘경쟁’의 극단적인 은유처럼 보였다. 결국 감독은 “인간이 원래 이렇다”가 아니라 “이런 구조가 인간을 이렇게 만든다”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성기훈의 선택과 아기의 의미는 뭘까?
기훈이 마지막에 아이를 살리고 스스로 죽는 장면은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이 장면은 ‘남을 위해 희생하는 인간성’이라는 메시지를 아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앞선 시즌에서 무기력하고 우유부단했던 기훈이 마지막엔 아주 능동적인 결정을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을 통해 태어난 아기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수많은 희생 위에서 태어난 희망의 상징으로 읽혔다. 뭔가 억지 감동이 아니라 ‘그럼에도 인간은 희망을 남길 수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였던 듯하다.
반란은 왜 실패하고 마는가?
박노을, 황준호, 성기훈까지 시즌3에서는 ‘반란’의 서사가 계속 이어지지만 결국 아무도 게임 시스템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이건 감독이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시스템은 개인 하나로는 바꿀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을 담은 것 같다. 이상을 말하고 정의를 외쳐도, 그게 당장 체제를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더더욱 현실적이었고, 그게 어떤 면에서는 시청자에게 허탈함을 주는 장치로도 작용했다. 나도 보면서 “이 정도 했으면 뭔가 부숴야 되는 거 아니냐?”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 듯하다.
프론트맨은 왜 마지막에 흔들리는가?
이병헌이 연기한 프론트맨은 시즌3 내내 철저한 관리자처럼 굴지만, 기훈의 희생을 지켜본 이후 살짝 흔들리는 모습이 나온다. 그게 얼굴 표정이든 눈빛이든 분명 변화가 있다. 이건 “시스템은 안 바뀌지만, 사람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말하려는 의도 같았다. 아주 작고 미세한 변화지만, 누군가의 희생이나 행동이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 결국 감독은 ‘희망은 변화 자체가 아니라, 변화의 씨앗’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