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 배, 비행기만 타면 속이 울렁거려서 뭘 보기도 힘들었던 사람이라면 ‘멀미 방지 안경’이라는 게 꽤 솔깃하게 들릴 수 있다. 나 역시 멀미가 잦은 편이었고, 스마트폰만 봐도 금세 울렁거리는 타입이라 이 안경이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했지만, 직접 써본 뒤로는 긴 이동에 꼭 챙기게 되었다. 아래는 내가 직접 경험한 내용과 함께 정리한 멀미 방지 안경의 작동 원리, 장단점, 가격 정보이다.
1.멀미 방지 안경이란?
멀미의 핵심 원인은 뇌가 “눈은 가만히 있다”라고 보고하는데 귀는 “몸이 흔들린다”고 느끼는, 이 감각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멀미 방지 안경은 이 감각 충돌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제품이다. 프랑스 시트로엥(Citroën)에서 개발한 ‘Seetroën’ 모델이 대표적인데, 안경테 안쪽에 파란색 액체가 들어 있는 튜브가 있어 움직일 때마다 이 액체가 수평을 유지하려고 흔들린다.
이 액체가 만들어주는 ‘가상의 수평선’이 눈에 들어오면, 뇌가 “아, 지금 움직이는 게 맞구나” 하고 인식하게 되어, 눈과 귀의 인식 불일치가 줄어든다. 실제로 안경을 쓰고 몇 분 지나면 울렁임이 가라앉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2.언제 쓰느냐?
처음엔 차에서 멀미가 심할 때 급하게 꺼내서 썼는데, 그보단 이동 시작 전이나 증상이 시작되기 직전에 착용하는 게 훨씬 효과가 좋았다. 특히 장거리 버스, 고속열차, 배, 비행기에서 ‘책을 읽을 일이 있을 때’ 사용하면 효과가 더 확실하다. 대부분의 후기가 그렇듯 나도 10~15분 정도 지나면 속이 한결 편안해졌고, 멀미약을 먹지 않고도 여행을 마친 적이 있다.
다만 이 안경은 렌즈가 없는 구조라 도수가 있는 안경과는 함께 쓸 수 없는데, 내 경우에는 도수 클립을 따로 쓰거나, 렌즈 없는 상태로 일정 시간 착용한 뒤 벗는 방식으로 병행했다.
3.가격
이 안경의 디자인은 일반적인 안경과는 다소 다르다. 안경테 양쪽과 앞뒤로 튜브가 돌출돼 있어, 누가 봐도 “이건 좀 특이한 물건이다” 싶은 느낌이다. 그래서 일상생활용으론 어렵고, 대부분 여행용이나 차량 안에서만 사용하게 된다.
가격은 약 13만 원 정도로 저렴하진 않지만, 매번 멀미약을 먹고 졸리는 걸 감수했던 나로선 “이 정도면 여행 하나 제대로 즐긴 셈”이라 생각해서 구매했다. 가족 중에도 멀미 심한 사람이 있다면 돌려 쓰기에도 나쁘지 않다. 렌즈가 없기 때문에 누구든 착용 가능하고, 10세 이상이면 사용할 수 있다.
4.개인 생각
물론, 이 안경이 ‘기적의 아이템’은 아니다. 어떤 날은 효과가 분명히 있었지만, 유난히 컨디션이 안 좋았던 날엔 큰 차이를 못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멀미약과 병행하거나, 증상이 너무 심한 날엔 쉬는 것도 함께 고려한다.
그래도 확실한 건, 몸의 균형 감각이 안정되며 생기는 심리적인 편안함은 분명 느껴진다는 점이다. “어, 울렁거릴 것 같은데 안 오는 느낌?” 그 미묘한 차이 하나가 여행의 피로도를 크게 바꿔준다.
멀미 방지 안경은 시각 정보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멀미 증상을 줄여주는 도구이다. 디자인은 특이하지만, 멀미가 심한 사람에겐 꽤나 유용한 아이템이다. 완벽히 멀미를 없애진 않지만, 증상을 줄이고 더 편안한 여행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특히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자주 보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