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캐릭터들은 노골적으로 수상하거나, 아예 초반에 너무 많은 떡밥을 뿌려서 ‘얘는 아니다’ 싶었는데, 박규영은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에 스며들어 있다. 오히려 그 점이 더 수상했다. 처음엔 단순히 주변 인물인 줄 알았는데, 몇 가지 장면들을 곱씹다 보니 ‘이건 작가가 일부러 넣은 장치다’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그 이유들을 정리해본다.
1.꺼림칙한 상담소 남자
처음에 상담소에서 수상한 남자 캐릭터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장면이 있다. 분위기도 껄끄럽고 연출상 일부러 시청자에게 “얘가 범인 아니야?”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드라마 경험상, 이렇게 노골적인 떡밥은 절대 진범이 아니다.
문제는 이 남자를 부각시킨 다음에, 갑자기 박규영의 그림 실력을 슬쩍 보여준다는 거다.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다가 예술적 재능이 툭 튀어나오는 건, 스토리 구조상 작가가 ‘얘는 뭔가 더 있다’는 암시를 던지는 방식이다. 즉, 진짜 수상한 인물은 상담소 남자가 아니라 그 옆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숨긴 박규영이다.
2.김다미가 퍼즐을 보여주지 않은 단 한 명
김다미는 극 중에서 누구보다 똑똑하고 의심이 많은 캐릭터다. 웬만한 사람들한텐 퍼즐을 보여주지만, 박규영에겐 보여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왜? 이미 그녀를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퍼즐은 박규영의 손에 들어간다.
그것도 김다미가 아닌 손석구(형사)를 통해서다. 여기서 작가는 명확한 힌트를 던진다. "이 사람은 주변 인물로 위장되어 있지만, 실은 핵심이다." 그리고 퍼즐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모습은, 이미 퍼즐과 관련된 진실을 알고 있다는 복선처럼 보인다.
3.김다미의 천재성을 간파함
극 중 김다미는 미친 듯한 관찰력과 추리력을 가진 인물이다. 범죄 현장을 보면 하루도 안 돼서 흐름을 꿰뚫는다. 그런데 그 김다미의 심리를 읽고, 흔들리게 만드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박규영이다. 이건 작가가 대놓고 ‘둘은 대칭되는 존재’라는 구도를 설정한 것이다.
즉, 김다미가 퍼즐을 해석하려는 주체라면, 박규영은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자, 판을 만든 장본인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가장 오래된 관계 속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4. 9번째 퍼즐과 마지막 반전
퍼즐이 총 9개일 것이라고 가정하면, 지금까지의 흐름상 6~8번째 퍼즐에서는 주요 인물들의 희생 또는 갈등이 터질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손석구의 엄마가 죽고, 그 분노가 폭발하면서 전개가 크게 뒤집힐 수 있다.
8번째 퍼즐에서 김다미가 진범으로 몰릴 수 있고, 결국 9번째 퍼즐은 ‘진짜 범인’이자 퍼즐의 설계자가 드러나는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박규영이 있지 말란 법이 없다. 조용히 주변을 맴돌고,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리지 않는 인물. 이건 단순한 서브캐릭터가 아니라, 마지막 반전을 위해 준비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