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처음 터졌을 때 백신 하나 만드는데도 1년 넘게 걸렸던 걸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때는 ‘백신이 나와야 일상이 돌아온다’는 말이 입에 붙어 있었고, 매일 뉴스 보면서 임상 몇 상인지 따라다녔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얘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mRNA 같은 백신 플랫폼 기술 덕분에, 지금은 재유행이 오더라도 그때처럼 오랜 시간 손 놓고 기다릴 필요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백신 개발 시스템을 보면, 정말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게 느껴진다.
1. mRNA덕분에 백신 개발, 한 달이면 설계 끝
내가 제일 놀랐던 건, mRNA 백신이라는 기술의 속도이다. 2020년 초, 코로나 유전자 정보가 공개되고 나서 불과 25일 만에 모더나가 임상 1상용 백신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지금 다시 봐도 충격적이다. 기존 백신은 세포 배양하고 단백질 뽑아내고, 몇 달은 기본이었는데, mRNA는 그냥 유전자 정보만 있으면 컴퓨터로 백신을 설계해버린다. 그래서 만약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더라도 ‘설계→시험 생산’까지는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돌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백신 개발, 정부도 '3~6개월 내 출시'를 목표로 함
지금은 정부와 기업 모두 “감염병 터지면 100~200일 안에 백신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나도 이걸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미 그런 시스템이 가능할 정도로 기반이 갖춰졌다고 한다. 기존 mRNA나 바이럴 벡터 같은 플랫폼을 재활용하면 완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조금 개량’해서 다시 임상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이다. 말 그대로 ‘백신의 템플릿’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3.임상시험은 간소화, 허가는 더 빨라짐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백신들이 빠르게 승인받을 수 있었던 건, 임상 절차를 유연하게 만든 덕분이었다. 물론 ‘안전성’은 절대 타협할 수 없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는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합 임상이나 가속 승인을 통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은 10년 넘게 걸릴 수도 있지만, 지금은 최단 6개월에서 18개월 안에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게 여러 기관의 공통된 전망이다. 중요한 건, 우리 사회가 이 속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4.단, 모든 게 빨라져도 ‘완전한 상용화’까진 시간 필요
물론 아무리 기술이 빨라졌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가 공개되어야 설계가 가능하고, 임상도 최소 수개월은 거쳐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변이가 기존 플랫폼과 완전히 다른 계열이라면, 개발 속도는 다시 느려질 수도 있다. 나도 그 점은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따라서 재유행이 오더라도, 우리는 어느 정도의 시간은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태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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